진료실일기 42

아주 오랫만에 내원한 55세 환자는

남편의 팔을 붙잡고 진료실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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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때부터 임신과 분만으로 자주 봐서

친숙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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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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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이 불편한 그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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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이 왔어요

그 후유증으로 몸 한쪽이 불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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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는 많지 않은 나이,

그러나 표정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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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다가 전조 증상이 있어

가까운 병원에서 MRI를 촬영했는데

별 이상이 없어 귀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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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가족들이 더 큰 종합병원으로

가보라 해서

대형 병원에 입원 중에 순식간에 사단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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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아쉬운

그리고 그 흔적이 너무 깊은 모습에

뭐라 위로와 용기를 드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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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운동해서 이겨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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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너무 빈한했고

문득,

안받의 내 몸을 걱정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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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느린 환자의 진찰에서

내가 배려할 수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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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옷을 벗고 천천히 옷을 입고

신발도 천천히 신으라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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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롭지 않은 부위라 질환을 설명했고

남편은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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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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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병으로 누워만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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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2학년1학기 기말고사를 보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시험장을 박차고 나가

집으로 뛰어갔던 울컥했던 일이 생각나

잠시 진료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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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젓갈을 좋아하셨고

나도 갈치 속젓을 좋아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자전거를 따라

논둑길로 자전거를 타고 가

금소 시장에 김장용 젓갈을 푸짐히 싣고 오던

귀갓길은 너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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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호롱불이 켜진 마을은

우주처럼 멀었고

마지막 십 리를 남긴 삼거리 주막 불빛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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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우리집은 너무 멀고

길은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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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파달을 밟을 수 없어 몇번을 주저 앉으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던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전거를 밀고

한 손으로는 내 등을 밀어주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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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에

간신히 집에 도착했고 저녁밥도 먹지 못하고

나는 곧바로 쓰러져 죽은듯이 잠이 들던

유년의 그때가 불현듯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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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젓갈을 선물 받으면

나는 냉장고 깊숙히 숨겨 놓고

아내는 순식간에 찾아내 다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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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환자는 나갔고

새로운 환자를 호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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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 내가

언제 환자가 되어 진료 대기실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까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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