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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
뒤돌아 설 수 없어
떠밀려 내려온 지하도
순간 길을 잃는다
내가 찾아가야 할 마을의 느티나무
보이지 않고
길가엔 한가로운 노인도 없다
유령처럼 서로 부딪히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파
집으로 가는 길 물어보려
손을 뻗어도
옷깃 하나 잡히지 않는다
난수표 같은 숫자와
어지러운 화살표
기이한 표식들 가득한
지하도의 천장은
별자리 빼곡히 숨겨진 밤하늘이다
조금 전 옆을 스쳐간 사람은
첫사랑의 사람
저기서 다가오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위를 보고 걷는 사람들
그 사람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