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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산강은

작성자명최준렬
조회수878
등록일2018-06-27 오후 1:19:17

하지(夏至)의 하늘에 걸려있는 낮달처럼

떠있는 강


더워에 뒤척이는 대지의 긴 날숨이 흔들지 못하는 수면 위에

소금쟁이 한마리가 수직의 파문을 만든다


바다의 부표처럼 푸른 벼이삭 사이로 일렁거리는

지심메는 아낙의 머릿수건 위로 화차같은 태양이 지나가고


순간,

현기증이 신기루처럼 일어난다


가난은 이런 어지러움 같은 것일까


어쩌다 찾아온 미풍 하나가 켜는 갈대잎들의 짧은 연주,

강둑에서 잠깐 일어나 시늉만 내는 개망초꽃들의 박수소리는

논두렁에서 졸고 있는 해오라기 부부의 낮잠을 깨우지 못한다


팍팍한 호락질이 지쳐갈 때쯤 농부의 멍에같은 수건처럼

영산강은 굽이진 적산(敵産)다리를 목에 지고

멈추었던 길을 간다


육자배기처럼 퍼져오르는

저녁노을 속의 영산포


주막에 들러 술취한 농부를 부축하여

어두어져가는 마을로 귀가하는 강